봉우숙촌가(逢雨宿村家) - 김삿갓(金炳淵)

곡목위연첨착진 曲木爲椽첨着塵
기간여두근용신 其間如斗僅容身

평생불욕장요굴 平生不欲長腰屈
차야난모일각신 此夜難謀一脚伸

서혈연통혼사칠 鼠穴煙通渾似漆
봉창모격역무신 봉窓茅隔亦無晨

수연면득의관습 雖然免得衣冠濕
임별은근사주인 臨別慇懃謝主人

비를 만나 시골집에서 자다

굽은 나무로 서까래 만들고 처마에 먼지가 쌓였지만
그 가운데가 말만해서 겨우 몸을 들였네.

평생 동안 긴 허리를 굽히려 안했지만
이 밤에는 다리 하나도 펴기가 어렵구나.

쥐구멍으로 연기가 들어와 옻칠한 듯 검어진 데다
봉창은 또 얼마나 어두운지 날 밝는 것도 몰랐네.

그래도 하룻밤 옷 적시기는 면했으니
떠나면서 은근히 주인에게 고마워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