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 김삿갓(金炳淵)

술친구나 글친구들이 뜻이 맞으면
마루에 마주 앉아서 한바탕 싸움판을 벌이네.

포가 날아오면 군세가 장해지고
사나운 상이 웅크리고 앉으면 진세가 굳어지네.

치달리는 차가 졸을 먼저 따먹자
옆으로 달리는 날쌘 말이 궁을 엿보네.

병졸들이 거의 다 없어지고 잇달아 장군을 부르자
두 사가 견디다 못해 장기판을 쓸어 버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