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   지 - H.헤세

서쪽에서 바람이 불어 옵니다.
보리수 거세게 술렁대며
나뭇가지 사이로 달님이
내 방속을 엿보고 있습니다.

나를 버리고 떠난
사랑하는 여인에게
긴 편지를 썼습니다.
달님이 종이 위를 비쳐줍니다.

부드럽고 조용한 달빛이
글자 위를 스쳐갈 때
내 마음 울음 터뜨려
잠도, 달님도, 저녁 기도도 잊고 맙니다.

(Hermann Hesse, 편역 이봉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