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의 독백 - 서정주(徐廷柱)
- 사소단장

노래가 낫기는 그 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
활로 잡은산(山)돼지, 매로 잡은 산새들에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開闢)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낯바닥에 얼굴이나 비치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 섰을 뿐이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벼락과 해일(海溢)만이 길일지라도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사소 1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