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 유치환(柳致環)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깍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삼천리, 1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