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꽃 - 조지훈(趙芝薰)

까닭 없이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 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 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 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 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신천지, 1950 / 시집 풀잎 단장, 1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