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길에 서서 - 신석정(辛夕汀)

푸른 산이 흰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삼(山森)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不絶)히 움직인다는 지구를 밟았거니 .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어니 .....

<문장, 1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