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 장만영(張萬榮)

  순이 뒷산에 두견이 노래하는 사월달이면
  비는 새파아란 잔디를 밟으며 온다.

  비는 눈이 수정처럼 맑다.
  비는 하이얀 진주 목걸이를 자랑한다.

  비는 수양버들 그늘에서
  한종일 은빛 레이스를 짜고 있다.

  비는 대낮에도 나를 키스한다.
  비는 입술이 함씬 딸기물에 젖었따.

  비는 고요한 노래를 불러
  벚꽃 향기 풍기는 황혼을 데려온다.

  비는 어디서 자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순이 우리가 촛불을 밝히고 마주 앉을 때

  비는 밤 깊도록 창 밖에서 종알거리다가
  이윽고 아침이면 어디론지 가고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