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꽃 - 김삿갓(金炳淵)

새벽에 일어나 온 산이 붉은 걸 보고 놀랐네.
가랑비 속에 피었다 가랑비 속에 지네.

끝없이 살고 싶어 바위 위에도 달라붙고
가지를 차마 떠나지 못해 바람 타고 오르기도 하네.

두견새는 푸른 산에서 슬피 울다가 그치고
제비는 진흙에 붙은 꽃잎을 차다가 그저 올라가네.

번화한 봄날이 한차례 꿈같이 지나가자
머리 흰 성남의 늙은이가 앉아서 탄식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