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 위백규(魏伯珪, 1727~1798년)

서산에 아침 햇볕이 비치고 구름은 낮게 떠 있구나.
비가 온 뒤의 묵은 풀이 누구의 밭에 더 짙어졌는가?
아아! 차례가 정해진 일이니 묵은 풀을 매는 대로 매리라.

도롱이에 흠의를 걸치고 뿔이 굽은 검은 소를 몰고
고동풀을 뜯어먹게 하며 깃물가로 내려갈 때
어디서 픔진 볏심은 함께 가자 하는가

쳐 내자 쳐 내자 꽉 찬 고랑 쳐 내자
잡초를 고랑고랑마다 쳐 내자
잡초 짙은 긴 사래는 마주 잡아 쳐 내자

땀은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햇볕은 쬘 대로 쬔다.
맑은 바람에 옷깃을 열고 긴 휘파람 되는대로 불 때
어디서 길가는 손님은 마치 나를 아는 듯이 주저 없이 머무는가

밥그릇에는 보리밥이오 사발에는 콩잎채라
내 밥이 많을까 걱정이오, 네 반찬이 적을까 걱정이라
먹은 뒤에 한숨 잠을 자는 즐거움이 너와 내가 다르랴?

돌아가자 돌아가자 해가 지겠구나 돌아가자
시냇가에서 손발을 씻고 호미 매고 돌아올 때
어딘가에서 들리는 초동의 풀피리 소리가 함께 가자 재촉하는고.

면화는 세 다래 네 다래로 듬뿍 피고 이른 벼는 피는 이삭이 곱더라
오뉴월이 언제 갔는지 모르게 가고 벌써 칠월 중순이로다
아마도 하늘이 너희(면화, 벼)를 만드실 때 바로 나를 위해 만드셨구나.

아이는 낚시질 가고 집사람은 절이 채(겉절이 나물) 친다.
새 밥 익을 때에 새 술을 거르리라.
아마도 밥들이고(들여오고) 잔 잡을 때 호탕한 흥에 겨워하노라.

취하는 이는 늙은이요, 웃는 사람은 아이로다.
어지럽게 술잔을 돌려 탁주를 고개 숙여 권할 때에
흐르는 장고, 긴 노래에 누가 자기 차례의 춤을 사양하여 미루는가

-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