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江湖)에 봄이 드니 - 맹사성(孟思誠)

- 제1수 -
강호(江湖)에 봄이 드니 미친 흥(興)이 절로 난다.
탁료 계변에 금린어(錦鱗魚)ㅣ 안쥐로다.
이 몸이 한가(閒暇)해옴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

-제2수-
강호(江湖)에 녀름이 드니 초당(草堂)에 일이 업다.
유신(有信)한 강파(江波)난 보내나니 바람이로다.
이 몸이 서날해옴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

-제3수-
강호(江湖)에 가알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 잇다.
소정(小艇)에 그믈 시러 흘니 띄여 더져 두고.
이 몸이 소일(消日)해옴도역군은 (亦君恩)이샷다.

-제4수-
강호(江湖)에 겨월이 드니 눈 기픠 자히 남다.
삿갓 빗기 쓰고 누역으로 오슬 삼아.
이 몸이 칩지 아니해옴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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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詞]
강호에 봄이 찾아드니 참을 수 없는 흥겨움이 솟구친다.
탁주를 마시며 노는 시냇가에 싱싱한 물고기가 안주로 제격이구나.
다 늙은 이 몸이 이렇듯 한가롭게 지냄도 역시 임금의 은혜이시도다.

[夏詞]
강호에 여름이 닥치니 초당에 있는 늙은 몸은 할 일이 별로 없다.
신의 있는 강 물결은 보내는 것이 시원한 강바람이다.
이 몸이 이렇듯 서늘하게 보내는 것도 역시 임금의 은혜이시다.

[秋詞]
강호에 가을이 찾아드니 물고기마다 살이 올랐다.
작은 배에 그물을 싣고서. 물결 따라 흘러가게 배를 띄워 버려 두니.
다 늙은 이 몸이 이렇듯 고기잡이로 세월을 보내는 것도 역시 임금의 은혜이시도다.

[冬詞]
강호에 겨울이 닥치니 쌓인 눈의 깊이가 한 자가 넘는다.
삿갓을 비스듬히 쓰고 도롱이를 둘러 입어 덧옷을 삼으니.
늙은 이 몸이 이렇듯 추위를 모르고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의 은혜이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