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 구곡담(九曲潭)을 - 이이(李珥)

고산 구곡담(九曲潭)을 사람이 몰으든이
주모복거(誅茅卜居)하니 벗님네 다 오신다.
어즙어 무이(武夷)를 상상하고 학주자(學朱子)를 하리라.

일곡(一曲)은 어드메오 관암(冠巖)에 해 빗쵠다.
평무(平蕪)에 내 거든이 원근이 그림이로다.
송간(松間)에 녹준(綠樽)을 녹코 벗 온 양 보노라.

이곡(二曲)은 어듸메오 화암(花巖)에 춘만(春滿)커다
벽파(碧波)에 꽃을 띄워 야외로 보내노라.
사람이 승지(勝地)를 모로니 알게 한들 엇더하리.

삼곡(三曲)은 어드메오 취병(翠屛)에 닙 퍼졋다.
녹수에 산조(山鳥)는 하상기음(下上其音)하는 적의
반송(盤松)이 수청풍(受淸風)한이 녀름 경(景)이 업세라

사곡(四曲)은 어듸메오 송애(松崖)에 해 넘는다.
담심암영(潭心巖影)은 온갓 빗이 잠겨셰라.
임천(林泉)이 깁도록 됴흐니 흥을 겨워 하노라.

오곡(五曲)은 어듸메오 은곡(隱曲)이 보기 됴희
수변정사(水邊精舍)는 소쇄(瀟灑)함도 가이 없다.
이 중에 강학(講學)도 하려니와 영월음풍하오리다.

육곡(六曲)은 어듸메오 조래(釣崍)에 물이 넙다
나와 고기와 뉘야 더옥 즐기는고
황혼에 낙대를 메고 대월귀(帶月歸)를 하노라.

칠곡(七曲)은 어듸메오 풍암(楓巖)에 추색(秋色) 됴탸
청상(淸霜)이 넙게 치니 절벽이 금수(錦繡)ㅣ로다
한암(寒巖)에 혼자 앉아 집을 잊고 잇노라.

팔곡(八曲)은 어듸메오 금난(琴灘)에 달이 밝다.
옥진금미(玉軫金微)로 수삼곡을 노래하니
고조(古調)를 알니 없으니 혼자 즐겨 하노라.

구곡(九曲)은 어드메오 문산(文山)에 세모(歲暮)커다
기암괴석(奇巖怪石)이 눈 속에 무쳐셰라.
유인(遊人)은 오지 아니하고 볼 것 없다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