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가(漁父歌) - 이현보

이듕에 시름업스니 어부(漁父)의 생애(生涯)이로다.
일엽편주(一葉片舟)를 만경파(萬頃波)에 띄워두고
인세(人世)를 다 니젯거니 날가난 주를 알랴.

구버보니 천심녹수(千尋綠水) 도라보니 만첩청산(萬疊靑山)
십장홍진(十丈紅塵)이 언매나 가렛는고,
강호(江湖)에 월백(月白)하거든 더욱 무심(無心)하얘라.

청하(靑荷)애 밥을 싸고 녹류(錄柳)에 고기 게여
노적 화총(蘆荻花叢)애 배 매야 두고
이발 청의미를 어늬 분이 아라실고

산두(山頭)에 한운(閑雲)이 기(起)하고 수중에 백구이 비(飛)이라
무심코 다정하니 이 두 것이로다
일생애 내 시름 아니라 제세현(濟世賢)이 업스랴

장안(長安)을 도라보니 북궐(北闕)이 천리(千里)로다.
어주(漁舟)에 누어신들 니즌 스치 이시랴
두어라 내 시름 아니라 제세현(濟世賢)이 업스랴.

- 청구영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