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십이곡 - 이황

[전6곡]

이런들 엇더하며 뎌런들 엇더하료?
초야 우생(草野愚生)이 이러타 엇더하료?
하말며 천석고황(泉石膏?)을 고텨 므슴하료.

연하(煙霞)에 집을 삼고 풍월로 벗을 삼아
태평성대(太平聖代)에 병으로 늘거가뇌
이 중에 바라는 일은 허믈이나 업고쟈.

순풍(淳風)이 죽다하니 진실로 거즛말이
인성(人性)이 어지다하니 진실로 올흔말이
천하(天下)에 허다 영재(英才)를 소겨 말슴할가.

유란(幽蘭)이 재곡(在谷)하니 자연이 듯디 죠희
백설(白雪)이 재산(在山)하니 자연이 보디 죠해
이 중에 피미일인(彼美一人)을 더옥 닛디 못하얘

산전(山前)에 유대(有臺)하고 대하(臺下)애 유수(有水)ㅣ로다.
떼 많은 갈며기는 오명가명 하거든
엇더타 교교(皎皎) 백구(白鷗)는 멀리 마음 하는고

춘풍(春風)에 화만산(花萬山)하고 추야(秋夜)에 월만대(月萬臺)라
사시가흥(四時佳興)이 사람과 한가지라.
하믈며 어약연비(魚躍鳶飛) 운영천광(雲影天光)이야 어내그지 이시리

[후6곡]

천운대 도라드러 완락재 소쇄(瀟灑)한듸
만권(萬卷) 생애(生涯)로 낙사(樂事)ㅣ 무궁(無窮)하얘라.
이 중에 왕래(往來) 풍류를 닐러 므슴할고

뇌정(雷霆)이 파산(破山)하여도 농자(聾者)는 못 듯나니
백일(白日)일 중천하야도 고자(고者)는 못 보나니
우리는 이목 총명(聰明) 남자로 농고같지 마로리

고인(古人)도 날 못 보고 나도 고인 봇 뵈
고인을 못 봐도 녀던 길 알페 잇네
녀던 길 알페 잇거든 아니 녀고 엇졀고

당시(當時)에 녀던 길흘 몃 할을 버려 두고
어듸 가 다니다가 이제아 도라온고?
이제야 도라오나니 년 듸 마음 마로리.

청산(靑山)은 엇데하야 만고(萬古)애 프르르며,
유수(流水)는 엇데하야 주야(晝夜)에 긋디 아니하는고.
우리도 그치디 마라 만고상청(萬古常靑)호리라.

우부(愚夫)도 알며 하거니 긔 아니 쉬운가?
성인도 못다 하시니 긔 아니 어려온가?
쉽거나 어렵거나 중에 늙는 줄을 몰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