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가(訓民歌) - 정철

1.
아버님 날 나흐시고 어마님 날 기르시니
두분 곳 아니시면 이 몸이 사라실가.
하늘같은 가 업슨 은덕을 어데 다혀 갑사오리.

2.
님금과 백성과 사이 하늘과 땅이로다.
내의 셜운 일을 다 아로려 하시거든
우린들 살 진 미나리 홈자 엇디 머그리.

3.
형아 아이야 네 살할 만져 보와
뉘손데 타나관데 양재조차 같아산다.
한 젖 먹고 길러 나이셔 닷 마음을 먹디 마라.

4.
어버이 사라진 제 셤길일란 다 하여라.
디나간 후면 애닯다 엇디 하리
평생에 곳텨 못할 일이 잇뿐인가 하노라.

5.
한 몸 둘헤 나누어 부부를 삼기실샤.
이신 제 함께 늙고 주그면 한데 간다.
어디셔 망녕의 것이 눈 눈 흘긔려 하난고.

6.
간나희 가는 길흘 사나희 에도다시,
사나희 녜는 길을 계집이 츠ㅣ도다시,
제 남진 제 계집 하니어든 일홈 뭇디 마오려.

7.
네 아들 효경 읽더니 어도록 배왔나니,
내 아들 소학은 모르면 마칠로다.
어네 제 이 두 글 배화 어딜거든 보려뇨.

8.
마을 사람들아 올흔 일 하쟈스라.
사람이 되여 나셔 올치 옷 못하면
마소를 갓곳갈 씌워 밥 먹이나 다르랴.

9.
팔목 쥐시거든 두 손으로 바티리라.
나갈 데 계시거든 막대 들고 좇으리라.
향음주(鄕飮酒) 다 파한 후에 뫼셔 가려 하노라.

10.
남으로 삼긴 듕의 벗갓티 유신(有信)하야.
내의 왼 일을 다 닐오려 하노매라.
이 몸이 벗님 곳 아니면 사람되미 쉬울가.

11.
어여 뎌 족하야 밥 업시 엇디할고.
어와 뎌 아자바 옷 업시 엇디할고.
머흔 일 다 닐러사라 돌보고져 하노라.

12.
네 집 상 사달흔 어도록 찰호산다.
네 딸 서방은 언제나 마치나산다.
내게도 업다커니와 돌보고져 하노라.

13.
오늘도 다 새거나 호미메고 가쟈스라.
내 논 다 메여든 네 논 졈 메어 주마.
올 길헤 뽕 따다가 누에 먹켜 보쟈스라.

14.
비록 못 니버도 남의 옷을 앗디 마라.
비록 못 먹어도 남의 밥을 비디 마라.
한적 곳 때 시른 후면 고텨 씻기 어려우리.

15.
쌍육(雙六) 장기(將碁) 하지 마라 송사(訟事) 글월 하지 마라.
집 배야 무슴 하며 남의 원수 될 줄 엇지,
나라히 법을 세오샤 죄 잇난 줄 모로난다.

16.
이고 진 뎌 늘그니 짐 프러 나를 주오.
나는 졈엇거니 돌히라 무거울가.
늘거도 셜웨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