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아낙네 - 김삿갓(金炳淵)

병 없고 걱정 없는데 목욕도 자주 안해
십 년을 그대로 시집 올 때 옷을 입네.

강보의 아기가 젖 물린 채로 낮잠이 들자
이 잡으려 치마 걷어 들고 햇볕 드는 처마로 나왔네.

부엌에서 움직였다하면 그릇을 깨고
베틀 바라보면 시름겹게 머리만 긁어대네.

그러다가 이웃집에서 굿한다는 소문만 들으면
사립문 반쯤 닫고 나는 듯 달려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