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음(卽吟) - 김삿갓(金炳淵)

좌사고선반괴염 坐似枯禪反愧髥
풍류금야부다겸 風流今夜不多兼

등혼적막가천리 燈魂寂寞家千里
월사숙조객일첨 月事肅條客一첨

지귀청시귀판분 紙貴淸詩歸板粉
효빈탁주용반염 肴貧濁酒用盤鹽

경거역시황금판 瓊거亦是黃金販
막작어릉의태염 莫作於陵意太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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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적으로 읊다

내 앉은 모습이 선승 같으니 수염이 부끄러운데
오늘 밤에는 풍류도 겸하지 못했네.

등불 적막하고 고향집은 천 리인데
달빛마저 쓸쓸해 나그네 혼자 처마를 보네.

종이도 귀해 분판에 시 한 수 써놓고
소금을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잔 마시네.

요즘은 시도 돈 받고 파는 세상이니
오릉땅 진중자의 청렴만을 내세우지는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