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저녁별 - A.뮈세

창백한 저녁별, 머나먼 사도여
네 모습 붉게 물든 베일에서 찬란히 나타나,
하늘 한복판 네 파란성에서부터
너는 벌판 속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가?

폭풍우가 지나가고 바람은 잠든다.
흐느끼던 숲이 히이스 위에 눈물을 뿌리고,
금빛 밤나비는 가볍게 춤추며,
향기 짙은 목장을 가로질러 가는데
너는 잠든 대지 위에서 무엇을 찾고 있는가?
그러나 나는 본다, 산너머로 기울어지는 너를.
애수에 잠긴 벗이여, 너는 미소 지으며 사라지고
너의 떨리는 시선도 이제 지워져 가다.
밤의 장막에서 푸른 언덕 위로
구슬픈 은빛의 눈물을 쏟는 별이여,
저 멀리 걸어가는 목동이 너를 쳐다보고
한 발자국씩 긴 양떼가 뒤따르는데,
별이여, 너는 이 기나긴 밤에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물가의 갈대밭 속에서 잘 곳을 찾고 있는가?
아니면 아름다운 별아, 너는 깊은 물속의 진주처럼
영원한 고요 속으로 떨어져 가고 있는가?
아, 아름다운 천체여, 너는 사라지고
그 금발을 망막한 대양 속에 담구어야 한다면
잠간 기다려 다오, 떠나기 전에.
사랑의 별이여, 하늘에서 내려가지 말아다오.

(Louis Charles Alfred de Musset, 편역 이봉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