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꿩 - 김광규

서울 특별시 서대문구
한 모퉁이에
섬처럼 외롭게 남겨진
개발 제한 구역
홍제동 뒷산에는
꿩들이 산다.

가을날 아침이면
장끼가 우짖고
까투리는 저마다
꿩병아리를 데리고
언덕길
쓰레기터에 내려와
콩나물대가리나 멸치꽁다리를
주워 먹는다.

지하철 공사로 혼잡한
아스팔트길을 건너
바로 맞은쪽
인왕산이나
안산으로
날아갈 수 없어
이 삭막한 돌산에
갇혀 버린 꿩들은
서울 시민들처럼
갑갑하게
시내에서 산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1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