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신 - 유치환(柳致環)

  꽃등인 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새로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 가나니.

  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에서
  작은 깃 얽고 다리 오그리고 지내다가
  이 보오얀 봄길을 찾아 문안하여 나왔느뇨.

  앉았다 떠난 아름다운 그 자리 가지에 여운 남아
  뉘도 모를 한 때를 아쉽게도 한들거리나니
  꽃가지 그늘에서 그늘로 이어진 끝없이 작은 길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