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J.던

오랫동안 방황하던 내 눈을 이제는 나에게 되돌려 주사이다.
오! 그토록 오래 그대 위에 머물러 있던 내 눈을
그러나 거기서 그대의 사악함을
그대의 억지로 꾸미는 태도와 거짓된 정열을 배워
이젠 쓸모 없이 된 내 눈이거든 그대로 맡아두사이다.

나의 착한 마음을 이제는 그만 나에게 되돌려 주사이다.
그 어떤 못된 생각도 결코 더렵힐 수 없었던 이내 마음을
그러나 사랑의 선언을 농담으로 받아 넘기고,
굳은 언약과 맹세를 저버리는 그대 마음이
내 마음에도 물들었으면, 그대로 맡아 두사이다.
그건 이제 내 마음이 아니랍니다.

하지만 역시 내 마음과 눈을 나에게 되돌려 주사이다.
그대의 거짓을 마음으로 알고 눈으로 볼 수 있도록
그리고 지금의 그대마냥 허황되고 거짓된 사나이로 하여
그대 고민하고 여위어갈 때
내 웃고 즐겨야 하겠습니다.

(John Donne, 편역 이봉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