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 권일송(權逸松)

  그리운 이의 눈 속에 들어가서
  그 눈 속의 우뚝한 무덤이 되고 싶다.

  무덤에 돋아나는 엉겅퀴와
  가느다란 몸살의 햇빛

  그리운 이의 눈 속에 들어가서
  늘 깨어 있는 한 방울의
  술이 되고 싶다.

  뺏고 빼앗기는 마음의 줄 다리기
  실상 사람의 말씀은
  죽음 속에서 돌아 눕는
  조용한 풀잎의 새벽

  언제까지나 외로운 이승의 뱃길
  글썽한 눈물로 풀이하는
  내 마음 깊은 곳
  서걱이는 갈대의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