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기다리는 편지 - 정호승(鄭浩承)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서울의 예수,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