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속에서 - 강계순

  땅 속에는 마르지 않는
  물의 근원이 있었서
  수만 가지 색깔의 눈물로
  봄을 피워 올리고

  하늘 속에 떠 있는
  맑고 맑은 우물
  마르지 않는 눈물을
  나는 길어 올리고 있다.

  욕심을 놓고 돌아서면
  사방에서 소리치고 있는 안깨
  안개 속에 떠 있는
  무중력의 사랑을 본다.

  돌아가리라
  가진 것 다 돌려주고
  이제야 몸 가볍게 시작하는
  여행

  휘적이며 휘적이며
  조금씩 소멸해 가는
  우리들의 매듭.

  돌아가리라
  이른 아침
  승천하는 맨 살의 안개
  다친 몸 거두어
  비단 수건으로 닦아 내고
  이제
  무연의 들판에 돌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