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花蛇) - 서정주(徐廷柱)

사향(麝香) 박하(薄荷)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몽뚱아리냐.
꽃대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 내던 달변(達辯)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낼름거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날이다…… 물어 뜯어라, 원통히 물어 뜯어.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돌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사향 방초(芳草)ㅅ길 조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어버지의 아내가 이브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석유(石油) 먹은 듯…… 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바늘에 꼬여 두를까보다. 꽃대님보다도 아름다운 빛……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이다…… 스며라! 배암

우리 순네는 스물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운 입술…… 스며라! 배암

<시인부락 2호, 193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