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이육사

내어달리고 저운 마음이련마는
바람에 씻은 듯 다시 명상하는 눈동자

때로 백조를 불러 휘날려 보기도 하건만
그만 기슭을 안고 돌아누워 흑흑 느끼는 밤

희미한 별 그림자를 씹어 노외는 동안
자줏빛 안개 가벼운 명모(瞑帽)같이 내려 씌운다.

<육사시집(陸史詩集), 서울출판사, 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