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湖水) - 김동명(金東鳴)

여보,
우리가 만일(萬一) 저 호수(湖水)처럼

깊고 고요한 마음을 지닐 수 있다면
별들은 반딧불처럼 날아와 우리의 가슴속에 빠져주겠지……

또,
우리가 만일(萬一) 저 호수(湖水)처럼

맑고 그윽한 가슴을 가질 수 있다면
비애(悲哀)도 아름다운 물새처럼 조용히
우리의 마음 속에 깃들여 주겠지……

그리고 또,
우리가 만일(萬一) 저 호수(湖水)처럼

아름답고 오랜 푸른 침실(寢室)에 누울 수 있다면
어머니는 가만히 영원(永遠)한 자장 노래를 불러
우리를 잠들여 주겠지……

여보,
우리 이 저녁에 저 호수(湖水)가으로 가지 않으려오,

황혼(黃昏)같이 화려(華麗)한 방황(彷徨)을 즐기기 위하여……
물결이 꼬이거던, 그러나 그대 싫거던
우리는 저 호수(湖水)가에 앉어 발끝만 잠급시다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