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 이호우(李鎬雨)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익은 풍경이되 달 아래 고쳐 보니
돌아올 기약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淨化(정화)된 초가집들
할머니 조웅전(趙雄傳)에 잠들던 그 날 밤도
할버진 율(律)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니다.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온 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
차라리 외로울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

<문장, 1940>
<이호우 시조집,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