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 폭포( 朴淵瀑布) -  이병기(李秉岐)

이제 산에 드니 산에 정이 드는구나.
오르고 내리는 길 괴로움을 다 모르고,
저절로 산인(山人)이 되어 비도 맞아 가노라.

이 골 저 골 물을 건너고 또 건너니,
발 밑에 우는 폭포 백이요 천이러니,
박연(朴淵)을 이르고 보니 하나밖에 없어라.

봉머리 이는 구름 바람에 다 날리고,
바위에 새긴 글발 메이고 이지러지고,
다만 그 흐르는 물이 긏지 아니하도다.

<가람시조집, 1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