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이의 꿈노래 - 강은교(姜恩喬)

아주 기인 어둠이 날 손짓하고 있네
아주 검은 날개가 시방 날 부르네
등덜미에선 자꾸
부끄런 피(血)들이 멈칫대구
내 가락지 황홀한 가락지
심장을 조이네  

아주 큰 손이 나를 껴안고 있네
아주 큰 눈이 내 간장 쓸개 숨구멍을 들여다보네
가슴에선 때없이 슬픈 웃음이
슬픈 기쁨들이 새나구
그렇지 내 꿈 사랑하는 꿈
罰이 되어 벌써 떠나구  

     어쩔꺼나 어쩔꺼나
     네 울음 어쩔꺼나
     (날개 없는 새들 지저귐)

아 오늘밤은
피는 꽃 지는 잎이 한데 몸섞고 있네
아 오늘밤 꿈은
지는 잎 피는 뿌리 한데 입맞추는 꿈
님은 뵈지 않아
내 거울 조각 거울 혼자 흐느끼며
큰 칼 제 얼굴에 세상빛 주워 담아  

     목숨은 하나 죽음은 열
     죽음이 열이면
     죽음의 집은 스물 마흔 無限

아주 먼 눈물이 날 출렁이고 있네
아주 오랜 배가 날 자꾸 실어가네
어쩔꺼나 어쩔꺼나
새벽은 멀구
내 고름 한 자락 땅위에 놓치이니
눈물 자국 자국마다 일어서는 누구 발자국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