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 - 김삿갓(金炳淵)

모습은 대추씨 같지만 용기가 뛰어나
이와는 친구 삼고 전갈과는 이웃일세.

아침에는 자리 틈에 몸을 숨겨 찾을 수 없고
저녁에는 이불 속에 다리 물려고 가까이 오네.

뾰족한 주둥이에 물릴 때마다 찾아볼 마음이 생기고
알몸으로 튈 때마다 단꿈이 자주 깨네.

밝은 아침에 일어나 살갗을 살펴보면
복사꽃 만발한 봄날 경치를 보는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