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詩그루터기

오늘 :
479 / 3,296
어제 :
1,268 / 30,601
전체 :
3,159,624 / 152,234,011

詩그루터기

방선생과 노태맹시인

노태맹 시인 - 1962년 경남 창녕 출생. 계명대 철학과, 영남대 의학과 졸업. 1990년 '문예중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 유리에 가서 불탄다(세계사, 1990), 푸른 염소를 부르다(만인사, 2008), 시인과의 만남(facebook)
추천 수 : 0 / 0
조회 수 : 1177
2015.10.08 (08:04:36)
가난의 골목에서는
박 재삼(1933-1997)

골목골목이 바다를 향해 머리칼 같은 달빛을 빗어내고 있었다. 아니 달이 바로 얼기빗이 있었다. 흥부의 사립문을 통하여서 골목을 빠져서 꿈꾸는 숨결들이 바다로 간다. 그 정도로 알거라.

사람이 죽으면 물이 되고 안개가 되고 비가 되고 바다에나 가는 것이 아닌것가. 우리의 골목 속의 사는 일 중에는 눈물 흘리는 일이 그야말로 많고도 옳은 일쯤 되리라. 그 눈물 흘리는 일을 저승같이 잊어버린 한밤중, 참말로 우리의 가난한 숨소리는 달이 하는 빗질에 빗어져, 눈물고인 한 바다의 반짝임이다.
(『춘향이 마음』. 1962)

앞서의 글에서 , 가끔 세월이 지난 시들을 보면 우리는 그 시간의 공백과 변화를 분명하게 느끼게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1962년 이 전에 만들어진 박재삼의 이 시는 지금의 것으로 읽힌다 해도 어색하지 많다. 그의 시가 가진 리듬과 늠실늠실 넘어가는 이미지는 참으로 탁월하다. 흰 달이 쓸어내리는 빗질에 드러난 날카로운 겨울밤의 길들을 나는 상상한다. 고백하자면, 그의 울음들이 조금은 빈번하게 양식화된 것이라 해도, ‘누님’의 눈물고인 한 바다의 반짝임은 나의 사춘기를 따라온 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반세기를 넘긴 이 시가, 혹은 그 가난의 눈물이 왜 아직도 현재적일 수 있는지 나는 가슴이 아리다. 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일까? 그러나 지금도 ‘가난’ 앞에 반짝이는 눈물 밖에 보탤 것이 없는 이 땅의 시인들, 시인의 마음을 가진 이들이 안타깝고, 그리하여 아름답다.

(매일신문. 노태맹 시인 2015.01.15)

번호
 
닉네임 등록일 조회 추천
15 노태맹 황지우 - 뼈아픈 후회
scoreup
2015-10-19 1155  
14 노태맹 이성복 - 來如哀反多羅 9
scoreup
2015-10-06 1174  
13 노태맹 신대철 - 잎, 잎
scoreup
2015-10-07 1178  
Selected 노태맹 박재삼 - 가난의 골목에서는
scoreup
2015-10-08 1177  
11 노태맹 송재학 - 푸른빛과 싸우다 1 -등대가 있는 바다
scoreup
2015-10-15 1256  
10 노태맹 엄원태 - 독무(獨舞)
scoreup
2016-01-27 1296  
9 노태맹 문인수 - 그립다는 말의 긴 팔
scoreup
2015-10-06 1304  
8 노태맹 폴발레리 - 해변의 묘지
scoreup
2016-01-27 1329  
7 노태맹 오규원 - 산과 길
scoreup
2015-10-07 1520  
6 노태맹 기형도 - 빈 집
scoreup
2016-01-29 1533  
5 노태맹 송찬호 -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scoreup
2015-10-09 1535  
4 노태맹 이하석 - 의자의 구조
scoreup
2015-10-09 1704  
3 노태맹 폴 엘뤼아르 - 죽음 사랑 인생
scoreup
2015-10-08 1711  
2 노태맹 송욱 - 아악(雅樂) 중광지곡(重光之曲)
scoreup
2015-10-13 1763  
1 노태맹 정화진 - 강변, 그 세 겹의 무늬
scoreup
2015-10-13 1946  
Tag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