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bile 한국어

詩그루터기

오늘 :
871 / 10,759
어제 :
1,546 / 31,519
전체 :
3,238,511 / 154,013,328

詩그루터기

방선생과 노태맹시인

노태맹 시인 - 1962년 경남 창녕 출생. 계명대 철학과, 영남대 의학과 졸업. 1990년 '문예중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 유리에 가서 불탄다(세계사, 1990), 푸른 염소를 부르다(만인사, 2008), 시인과의 만남(facebook)
추천 수 : 0 / 0
조회 수 : 1636
2015.10.09 (08:43:01)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송찬호(1959- )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입안의 비린내를 헹궈내고 
달이 솟아오르는 창가 
그의 옆에 앉는다
이미 궁기는 감춰두었건만 
손을 핥고 
연신 등을 부벼대는 
이 마음의 비린내를 어쩐다?
나는 처마 끝 달의 찬장을 열고 
맑게 씻은 
접시 하나 꺼낸다
오늘 저녁엔 내어줄 게 
아무것도 없구나 
여기 이 희고 둥근 것이나 핥아 보렴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문학과 지성사. 2009)

시인의 시를 이해하기 위하여 시인의 생각 전부를 들춰낼 필요는 없다. 그건 평론가나 학자들의 몫. 발표된 한 편의 시는 이미 시인의 것이 아니라 읽는 독자의 것이다. 우리는 송찬호라는 시인을 이해하기 위해 시를 읽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읽는 것이다.

송찬호의 이 시는 차가운 겨울의 은빛 금속 같다. 홀수 연은 화자가, 짝수 연은 고양이의 독백으로 짜인 것으로 읽으면 은빛 금속 위에 그린 한 그림이 보인다.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저녁에 돌아온 비린내 투성이의 고양이. 화자는 혹은 고양이는 빈 접시를 내밀며 그것이 희고 둥근 달이라고 말한다. 맑게 씻은 접시를 달처럼 핥으며 화자는 마음의 비린내를 씻자고 말한다. 그러나 과연 이렇게 이 그림을 윤리적으로 읽는 것이 옳을까?

이 시는 아름답지만 불편하다. 왜 그럴까...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내일 아침이면 또 누군가의 비린내를 찾아다니는 그 고양이이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매일신문. 노태맹 시인 2015.01.23)

번호
 
닉네임 등록일 조회 추천
15 노태맹 황지우 - 뼈아픈 후회
scoreup
2015-10-19 1244  
14 노태맹 이성복 - 來如哀反多羅 9
scoreup
2015-10-06 1266  
13 노태맹 박재삼 - 가난의 골목에서는
scoreup
2015-10-08 1299  
12 노태맹 신대철 - 잎, 잎
scoreup
2015-10-07 1305  
11 노태맹 엄원태 - 독무(獨舞)
scoreup
2016-01-27 1407  
10 노태맹 송재학 - 푸른빛과 싸우다 1 -등대가 있는 바다
scoreup
2015-10-15 1415  
9 노태맹 문인수 - 그립다는 말의 긴 팔
scoreup
2015-10-06 1419  
8 노태맹 폴발레리 - 해변의 묘지
scoreup
2016-01-27 1442  
7 노태맹 오규원 - 산과 길
scoreup
2015-10-07 1617  
6 노태맹 기형도 - 빈 집
scoreup
2016-01-29 1627  
Selected 노태맹 송찬호 -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scoreup
2015-10-09 1636  
4 노태맹 이하석 - 의자의 구조
scoreup
2015-10-09 1830  
3 노태맹 폴 엘뤼아르 - 죽음 사랑 인생
scoreup
2015-10-08 1831  
2 노태맹 송욱 - 아악(雅樂) 중광지곡(重光之曲)
scoreup
2015-10-13 1866  
1 노태맹 정화진 - 강변, 그 세 겹의 무늬
scoreup
2015-10-13 2056  
Tag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