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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선생과 노태맹시인

노태맹 시인 - 1962년 경남 창녕 출생. 계명대 철학과, 영남대 의학과 졸업. 1990년 '문예중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 유리에 가서 불탄다(세계사, 1990), 푸른 염소를 부르다(만인사, 2008), 시인과의 만남(facebook)
추천 수 : 78 / 0
조회 수 : 7796
2004.10.02 (12:31:04)
교목(喬 木)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湖水)속 깊이 거꾸러져
  참아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육사시집}, 1946년)

지은이는 생각을 말고 시만 차분하게 읽어 봅시다.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서 있는 교목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여 불타고, 둥치만 우뚝 남아 서있는 모습이 겹쳐 새겨집니다. 높은 산, 그 산정 가까운 곳에 우뚝 선 나무가 떠오르지요. 이까지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라고 명령을 내리고 있을까요. 낡은 가지, 하늘을 우러러 선 둥치에 몇 송이의 꽃을 단다는 것은 세월에 불타고도 우뚝 남아 선 위용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낀 것일까요 아니면, 사소한 봄바람에 자신이 우뚝 선 의지를 굽힌다는 것이 나약하게 비춰질까 봐서 인가요. 어느 쪽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첫연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세월을 이겨내고자는 그것도 제 목숨을 태워 이겨내자는 강인한 의지 아닌가요. 그 강인함에 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겠지요. 내용을 좀더 정확히 읽어볼까요. 세월에 불타고란 의미는 무엇일까요. 불타는 것은 생명의 소멸을 가져옵니다. 세월 속에 불타 버렸다는 것은 결국 생명의 소멸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쯤 아량곳하지 않으려는 자세가 우뚝 남아서서입니다. 따라서 봄이라는 계절 속에 작은 꽃을 매단다는 것, 어쩌면 그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한 곧음, 성취를 위한 의지가 봄도 꽃피진 말아라 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럼 2연을 가 볼까요. 낡은 거미집을 휘두르고 서있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교목은 생명을 상실한 나무일지도 모르겠군요. 세월에 불타고 거미집까지 휘두르고 있다면 더욱 그렇게 여겨집니다. 그런데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마음은 무엇일까요. 교목의 얼- 옛부터 우리 나라 사람들은 몸은 죽어도 영혼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여겼다고 했으니 그럴 수 있겠지요. 그러면 끝없는 꿈길은 무엇일까요. 첫연에서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에서 그 실마리를 풀어봅시다. 푸른 하늘에 닿고자 했던 의지가 세월에 불타 버린 채, 둥치만 남은 셈이겠지요. 생명이 다한 뒤에도 쉽사리 그 꿈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서 혼자 설레이고 있는 것이지요. 푸른 하늘에는 무엇이 있으며,왜 그 하늘에 닿으려 했을까를 생각해 봅시다. 하늘은 우리 민족이 오래 숭상해온 절대의 세계이며 믿음의 세계입니다. 이상이지요. 결국 교목은 자신이 바라는 절대의 세계 믿음의 세계를 바라는 의지 하나로 몸은 죽어도 쓰러지지 않고 하늘을 향해 거미줄을 뒤집어 쓰고도 제 꿈을 버리지 않고 하늘에 닿으려는 꿈길에 설레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 것은 바로 이 시의 화자의 꿈이지요. 동시에 화자의 정신입니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제 꿈,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자신의 자세에는 단호함이 어려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뉘우침이란 없는 강인한 의지만 표상이 되고 있습니다. 제 스스로의 꿈이 외롭고 쓸쓸하면 -이는 검은 그림자 속에 내재된 의미라 볼 수 있지요. - 육신이 통채로 호수 속 깊이 거꾸러져 묻힐 지라도

그 꿈과 의지만은 누구도 흔들 수 없을 것이리라는 다짐을 3연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 그럼 정리하여 볼까요. 각연에서 1,2행은 상황의 표출입니다. 그리고 3행은 자신의 의지적 자세를 드러내 줍니다. '차라리 봄도 꽃 피진 말아라.'와 '마음은 아예 뉘우침이 아니라.'와 '바람도 차마 흔들지는 못하리라'라는 말 속에 자신의 의지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상황적 진술과 권유적 진술이 병행되고 있습니다.

이 쯤에서 이 시의 작가가 이육사라는 사람임을 밝힙니다. 지난 한 시절의 어려움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다독이며, 자칫하면 약해질 지도 모를 자신의 의지를 다잡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자신을 교목에 비유하지 않았을까요. 하늘을 향해 우뚝서서 비바람 서리와 눈속에서도 굽히지 않는 교목을 통해 스스로를 다잡으려는 의지를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 시인의 내면은 너무도 섬세하고 부드러운 심성을 지닌 시인인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섬세하고 부드러운 마음이기에 오히려 강할 수도 있는 그런 시를 본 느낌입니다.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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