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랑 法 강 은교(1946- )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沈黙)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沈黙)할 것. (.......)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부분. 『풀잎』. 민음사. 1988) 시인이 자신의 시를 온전하게 이해하게 되는 순간은 아주 느리게 온다. 시인은 자신의 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갓 태어난 시인의 시는 시인에게도 아주 낯 선 존재. 시간이 지나면서 시인은 자신의 시를 이해하게 되고 그러면서 스스로를 조금씩 더 알아가게 된다. 20대의 강은교 시인이 이 시를 완전히 이해하고 썼다고 믿지는 않는다. 20대에 내가 읽은 이 시는 젊음과 역사의 우울에 대한, 달콤한 자기 위안의 사랑 노래였다. 그러나 다시 읽는 이 시는 삶에 대한, 사랑에 대한 비극적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 침묵은 비어있는 휴식의 지점이 아니라 앞으로 나감을 예비하는 긴장의 지점. 사랑은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하고, 우리는 미래에 쉽게 다가갈 수 없고, 그렇지만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 우리의 등 뒤에는 가장 큰 하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비극적인 것은 그것이 언제나 우리의 등 뒤에 있다는 것. 사랑은 우리를 움직이게 하지만 그 사랑의 빛을 바라볼 눈은 우리에게 없는 것이다. ‘그 것’은 항상 나 보다 한 발짝 더 늦게 온다는 것. 그런데 그게 사랑이고, 우리의 사랑법이다. (매일신문. 노태맹 시인 2015.03.30) . |
번호 |
|
닉네임 | 등록일 | 조회 | 추천 |
---|---|---|---|---|---|
38 | 방先生 왕십리(往十里) -김소월-이해 | 방 |
2004-10-02 | 13392 | 106 |
37 | 방先生 수정가 -박재삼 | 방 |
2005-11-03 | 11507 | 134 |
36 | 묻고답하기 [re] 고등학생에게 추천할 만 시는? [2] | 방 |
2004-10-02 | 10642 | 105 |
35 | 방先生 문의 마을에 가서-고은- 읽기 | 방 |
2004-10-02 | 9512 | 87 |
34 | 방先生 꽃을 위한 서시와 오렌지의 비교 | 방 |
2004-10-21 | 9270 | 73 |
33 | 방先生 풍장 -황동규-이해 | 방先生 |
2004-10-06 | 9207 | 109 |
32 | 방先生 교목-이육사-의 이해 | 방 |
2004-10-02 | 9052 | 78 |
31 | 방先生 울음이 타는 가을강-박재삼- 읽기 | 방 |
2004-10-20 | 9011 | 68 |
30 | 방先生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南新義州柳洞朴時逢方)-백석-읽기 | 방 |
2004-10-20 | 8731 | 72 |
29 | 묻고답하기 [추천]산책은 즐거운 몽상의 바다 - 바쇼의 하이쿠 기행 | 방 |
2004-10-02 | 8636 | 250 |
28 | 묻고답하기 고등학생에게 추천할 만 시는? | korea |
2004-10-02 | 8544 | 105 |
27 | 묻고답하기 가을 기분 내어봅시다. | 방 |
2005-11-03 | 8523 | 113 |
26 | 묻고답하기 [추천]거닐며 읊조리는 세계 | 방 |
2004-10-02 | 8361 | 118 |
25 | 노태맹 폴발레리 - 해변의 묘지 | scoreup |
2016-01-27 | 3786 | |
24 | 노태맹 정화진 - 강변, 그 세 겹의 무늬 | scoreup |
2015-10-13 | 3708 | |
23 | 노태맹 폴 엘뤼아르 - 죽음 사랑 인생 | scoreup |
2015-10-08 | 3588 | |
22 | 노태맹 이하석 - 의자의 구조 | scoreup |
2015-10-09 | 3576 | |
21 | 노태맹 송욱 - 아악(雅樂) 중광지곡(重光之曲) | scoreup |
2015-10-13 | 3489 | |
20 | 노태맹 송찬호 -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 scoreup |
2015-10-09 | 3432 | |
19 | 노태맹 기형도 - 빈 집 | scoreup |
2016-01-29 | 3400 | |
18 | 노태맹 송재학 - 푸른빛과 싸우다 1 -등대가 있는 바다 | scoreup |
2015-10-15 | 3351 | |
17 | 노태맹 오규원 - 산과 길 | scoreup |
2015-10-07 | 3272 | |
16 | 노태맹 문인수 - 그립다는 말의 긴 팔 | scoreup |
2015-10-06 | 3083 | |
15 | 노태맹 엄원태 - 독무(獨舞) | scoreup |
2016-01-27 | 30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