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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선생과 노태맹시인
방先生 시인 - 1957년 경북 영덕 출생. 시집 : 석류가 있는 골목(만인사), 동해 푸너리(만인사, 2023), 시인과의 만남(facebook) / 노태맹 시인 - 1962년 경남 창녕 출생. 계명대 철학과, 영남대 의학과 졸업. 1990년 '문예중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 유리에 가서 불탄다(세계사, 1990), 푸른 염소를 부르다(만인사, 2008), 시인과의 만남(facebook)
해변의 묘지 폴 발레리 (1871-1945) (......) 내 육체여, 그 사고의 틀을 깨거라! 내 가슴이여, 바람의 탄생을 마시라! 바다에서 나온 신선함이 나에게 내 혼을 돌려준다... 오 짜디짠 힘이여! 파도로 달려가 다시 생생하게 솟아나자! 그렇다! 광란을 타고난 커다란 바다여, 표범 가죽이여, 숱한 태양의 영상으로 구멍 뚫린 희랍 외투여, 침묵과 같은 소란 속에서 반짝거리는 네 꼬리를 물어뜯는 너의 푸른 몸뚱이에 취한 단호한 히드라여, 바람이 인다... 살려고 애써야 한다! 거대한 대기가 내 책을 폈다가 다시 접는다, 가루 같은 물결이 바위에서 솟아난다! 날아가거라, 정말 눈부신 책장들이여! 부숴라, 파도여! 희열하는 물로 부숴라 삼각 돛들이 모이를 쪼고 있던 이 지붕을. (김현 번역) 해변의 묘지는 우리의 시간이 묻힌 언덕이다. 그 언덕에서 우리는 수많은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았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파도의 포말이 되는 것을 보아왔다. 그 언덕에서 우리는 가난한 우리의 아비들이 작은 배의 섬광이 되어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것도 보아왔다. 해변의 묘지는 ‘한숨이 요약하는 시간의 사원’. 우리도 언젠가 죽음이라는 ‘순수한 사건’을 그 시간 속에서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바람이 인다... 살려고 애써야 한다!’고 우리가 의지하는 것은, ‘파도로 달려가 다시 생생하게 솟아나자!’고 결의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발레리는 ‘빛을 돌려준다는 것은 침침한 반쪽 그늘이 남는다는 뜻’이라고 이 시에서 표현한다. 그늘은 우리를 짓누르는 고통이지만 그것으로 하여 빛은 빛으로 드러난다. 영원은 ‘검고 금빛 나는 연약한 불멸’일 따름이다. 시인은 컴컴한 절망도 불후의 생명도 꿈꾸지 않는다. 우리가 발 디딘 이 ‘해변의 묘지’야 말로 우리가 탐구해야 할 ‘가능성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매일신문. 노태맹 시인 2015.0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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