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5만원 찍어 고작 20만원  조회수 : 128  작성일 : 2003-02-09      


로또 공동구매모임 허탈한 추첨확인 현장

“잠시 허탈감에 젖기는 했지만 로또 열풍이 모임의 연대감을 높이는 데 일조해 기쁩니다.”

회원간의 로또 공동 구매를 주도했던 다음 카페 ‘사랑을 위한 모임(사모위)’ 카페 지기 이병철 씨(27)는 “3일 동안의 고생이 물거품이 되서 허탈하긴 하지만 행사를 통해 회원들이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됐기 때문에 크게 실망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아 더 이상 (공동 구매로)고생을 자처하고 나설 생각은 없다”며 손사레를 쳤다.

로또 추첨일인 지난 8일 모임을 가진 이들의 ‘로또 공동 구매 D_데이’ 현장을 담았다.

▲ 국민은행 본점에서 만납시다

오후 6시가 넘어서자 약속 장소인 서울 남영동의 카페 ‘린’으로 회원들이 속속 도착한다.

5만원 공동 구매에 참여한 187명 중 현장에 모인 사람들은 20여 명. 당첨금은 정확하게 1/187씩 돌아간다. 이들이 지난 주에 나눈 인사는 ‘월요일 국민은행 본점에서 만납시다’. 1등 당첨자가 나올 경우 187명 전원이 월요일 국민은행 본점을 찾는다.

▲ 특별 관리 3장 중 1등이 나오지 않아야 할 텐데…

이들이 3일간 밤을 세워가며 머리를 짜낸 후 구입한 영수증만 총 935매. 한 장이라도 분실하거나 훼손할 경우에 대비해 작업에 임하는 운영진들은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영수증 정리 작업 막바지에 돌발 사고 발생. 검표를 위해 원본을 복사하는 과정에서 영수증 3장을 복사기에서 빼내지 않은 것. 복사 가게는 이미 문을 닫았다.

복사본과 동일한 번호로 3장을 다시 구입했지만 ‘문제 발생을 원천봉쇄하는 의미에서 3장 중 1등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자’는 것이 중론.

▲ 대선개표를 기다리는 당직자 심정

8시 뉴스가 시작되자 회원들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카페 운영자 이병석 씨(25)는 “투표를 마치고 개표 방송을 기다리는 당직자의 심정을 알 것 같다”고 한 마디.

초초함과 더불어 대박의 기대도 부풀어져 간다. 1등 당첨자가 나오면 보안 유지를 위해 ‘적당한 법범 행위를 저질러 경찰서 유치장에 단체로 수감되자’는 엽기적인 주장까지 등장해 한바탕 웃음으로 긴장을 늦춰보기도 한다.

▲ 대박의 꿈은 물거품이 됐지만…

운명의 시간인 8시 45분. 텔레비전 앞에 모인 회원들은 당첨 번호를 받아 적고 즉시 영수증 대조 작업에 나선다. 말 한마디 없이 진지하게 작업에 임하는 사이로 아쉬움의 탄식이 흘러 나온다.

기다렸던 고액 당첨자는 나오지 않았다. 4등 7명이 나왔고 5 등은 다음 날 다시 검표하기로 했다. 본전에도 턱이 없는 기대 이하의 결과. 그렇지만 회원들은 크게 낙담하지 않는 표정이다.

한 회원의 “좋은 추억이 됐고 1주일 동안 로또를 즐겼으니 소주 한 잔에 털어버리자”는 제의에 20여 명의 회원들은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섰다.

입력시간 2003/02/09 1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