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확률 그리고 심리학  조회수 : 163 작성일 : 2003-02-19      


로또 복권 때문에 나라 안이 난리다. 지난주 분도 9백20억원어치가 팔렸다니 모두 4천6만장, 그러니까 국민 1인당 하나씩 로또 복권을 산 셈이다.

그보다 한 주 앞서서 한동안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엄청난 상금이 쌓였을 때는, 무려 1억3천만장의 로또 복권이 팔리기도 했다.

알다시피 복권은 확률의 게임이다. 우리의 로또처럼 45개 숫자 중에 6개를 맞히는 것은 1등 당첨 확률이 약 8백14만5천분의 1이다. 말이 쉽지, 매주 하나씩 로또 복권을 사는 것을 평균적으로 16만년 가까이 계속해야 잭폿을 탈 수 있게 된다.

로또 복권의 확률은 '조합'이라는 수학 개념을 이용해 계산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로또는 전체 숫자가 우리보다 네 개 많은 49개다.

이 때 1등이 될 확률은 약 1천4백만분의 1. 숫자 네개가 꽤 큰 차이를 가져온다. 54개 중에 골라야 하는 뉴욕에서는 그 확률이 약 2천6백만분의 1로 줄어든다.

로또 복권의 특징은 1등이 여럿 나올 수도 있다는 것. 그럴 때는 상금을 똑같이 나눈다. 그런데 비교적 당첨자가 많이 나오는 경우들이 있다.

로또 복권에 표시된 6개의 숫자들이 대각선.십자가.계단 등 익숙한 무늬를 만드는 경우다. 반대로 패턴 없이 들쭉날쭉 표시된 경우는 중복 당첨자가 별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영국의 로또는 49개 중 6개를 맞히게 한다.그런데 1996년의 로또 관련 통계에 의하면, 숫자 5개를 맞힌 것인데도 경우에 따라 상금이 10배까지 차이가 났다.

무늬를 만드는 식으로 숫자를 택한 사람은 상금을 적게 받고, 마구잡이식으로 고른 사람이 많이 받았음은 물론이다. 이런 점을 보건대 로또 복권에는 수학적인 확률뿐 아니라 심리학적인 요소도 작용한다 하겠다.

확률 연구란 것이 복권과 도박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복권이나 도박이 없는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학교에서 확률을 가르치지 않기도 한다.

북한의 인민학교(우리의 초등학교)와 고등중학교(중.고) 교과 과정에는 확률에 대한 것이 없다. 확률과 연관된 복권이나 도박이 자본주의의 산물이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복권 판매 금액의 일정 부분은 공익을 위하여 사용된다. 그래서 복권을 '고통 없는 세금'이라 부르기도 한다. 만약 복권을 한 장 사든다면, 행운을 바라는 마음뿐 아니라 공익을 위해 흔쾌히 주머니를 털었다는 생각도 갖는 게 어떨까. 그러면 실망도 훨씬 가벼우리라.

박경미 홍익대

중앙일보 2003-02-19 15:5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