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당첨 900억 싫다!  조회수 : 80 작성일 : 2003-02-07      


로또 1등 당첨 900억 싫다!…행복한 2등 터져라

‘900억 싫어!’

로또 광풍이 ‘1등 거부=2등 선호 신드롬’으로 번지고 있다. 4주째 이월된 로또 1등 당첨금이 500억원을 넘어 최고 9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점쳐짐에 따라 “1등 당첨금은 너무 부담스럽다”며 2등을 노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로또 추첨을 이틀 앞둔 6일에도 장안의 화제는 단연 로또였다. 직장이나 학교 어디서든 두 사람 이상 모이면 온통 로또 얘기였다. 이들이 나누는 대화에 귀를 기울여보면 “만약에라도 1등에 당첨되면 엄청난 불행” “1등보다는 2등이 좋다”는 말이 빠지지 않았다.

1등 당첨금을 독식해 전 국민적인 관심과 질시를 한몸에 받기보다는 다수가 될 2등 당첨자 중에 끼어 돈은 돈대로 챙기고 부담은 줄이고 싶다는 바람이다.

직장동료 2명과 로또계를 만들어 30만원어치를 샀다는 회사원 장모씨(39)는 “900억에 당첨된다면 지구를 떠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당첨금이 몇 십억이면 몰라도 수백억이면 미국 아니라 어떤 나라에 간들 안전하겠느냐”면서 “목표를 1등에서 2등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지난주 10만원어치를 산 데 이어 이번주 20만원을 투자했다는 직장인 변모씨(33)는 “1등에 당첨되면 나뿐 아니라 가족도 모두 인생이 엉망이 될 게 뻔하다. 또 그많은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평생 고민하며 살아가야할 것”이라면서 “1등 당첨자가 여러명이 아니라면 2등에 당첨되는 게 속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1등보다 2등을 더 바라는,언뜻 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이런 심리는 ‘지난 1월 65억원에 당첨된 사람이 갖은 폭력과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어우러져 두 달 만에 ‘로또 공화국’ 시민들에게 대세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확률상으로는 1등보다 2등을 바라는 게 당연히 더 안전하다. 45개의 공 가운데 6개를 적중시켜야 하는 로또 1등 당첨확률은 814만5,060분의1. 보너스숫자까지 7개 중 6개를 맞히면 되는 2등 당첨확률은 135만7,510분의1로 그보다 훨씬 높다.

이번 10회차에 1등 당첨자가 없을 경우 2등 당첨자에게 균등분배돼 그 액수도 어마어마할 것으로 보인다. 2등 당첨자수는 이론상 수십만명일 수도 있지만 지난 9회차까지는 모두 10명 안쪽이었다. 1등 당첨금이 900억원일 경우 10명이 나눠가져도 90억원이다.

한편 로또 추첨일이 다가오면서 인터넷에는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1등 당첨시 행동수칙 속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당첨금 수령하러 갈 때 마이크로버스에 비슷한 나이 또래의 사람 45명을 함께 태워가 누가 진짜 당첨자인지 아무도 모르게 하라’는 등의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 모두 ‘재수 없게(?)’ 1등에 걸렸을 때 얘기다. 2등 당첨자에 끼면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물론 2등 당첨되는 것 역시 벼락에 맞거나 자동차 사고로 죽을 확률보다 훨씬 낮다.


스포츠 투데이 2003.02. 06, Upd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