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수 1500만원 판매점도 대박  조회수 : 55 작성일 : 2003-02-09      


■ 울고 웃는 사람들

800억원 광풍이 지나간 자리,로또 열풍에 당첨자만 웃었던 것이 아니다. 곳곳에서 보이지 않게 미소짓는 데가 있다. 반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곳도 있고 울상짓는 데도 많다. ‘인생 대역전’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로또가 새로운 사회상을 그려내고 있다.

▲ 로또만세!

판매대행사인 국민은행 본지점 1,000여곳을 포함한 전국 5,000여 판매점들이 로또 열풍의 가장 큰 수혜자다. 벌어지는 입을 다물기 힘들지만 사행산업에 편승했다는 ‘원죄’ 때문에 표정관리 중이다.

이들은 판매액의 5.5%를 판매수수료로 챙긴다. 특히 지난 10회차는 총 판매액 2,600억원 중 143억여원이 이들 몫이었다. 불과 1주일 동안 판매점당 평균 280만원의 순수익을 올린 꼴이다.

로또가 출범한 지난 12월 첫째주부터 따지면 판매수수료는 총 225억원(총 판매액 4,073억원),판매점당 평균 45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특히 지난 6회차에서 65억원짜리 1등 당첨자를 낸 경기 남양주의 한 판매점 주인 원숙희씨는 지난주 평균 하루 매출액이 1,000만원을 넘었다고 털어놓았다. 로또 판매 수입만 월 1,500만원이 넘는 셈이다. 목 좋은 국민은행 지점,판매점들은 하루 2,000만원 매출도 어렵지 않게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대행사 국민은행이 거두고 있는 유·무형의 수익은 돈으로 따질 수도 없다. 판매수수료 5.5%를 고스란히 챙기는 것은 물론 엄청난 홍보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이상수 국민은행 복권홍보팀 대리는 “판매대금으로 자금 운용 등은 절대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국민 중 한 사람이라도 더 우리 은행 고객이 되는 것 자체가 부가수익”이라고 말했다. 이외 KT(전산망 제공),SDS(단말기 제공),SK(마케팅 담당) 등 로또복권 컨소시엄에 참가한 24개 회원사 역시 주가가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수수료도 챙겨 ‘로또 찬가’를 부르고 싶을 뿐이다.


▲ 로또 미워!

로또를 판매하지 않는 복권방이나 가판점들은 로또 광풍에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복권 판매율은 급감했고 최근에는 아예 점포를 내놓는 경우도 있다.

L복권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는 “로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하루 매상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며 “당첨금이 몇십,몇백억원으로 뛰는데 당첨금 한 자릿수 복권이 설 자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단도박 모임 회원들도 불안하다.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는 이들에게 로또 열풍은 참기 힘든 유혹일 수 있다. 18년 역사의 국내 대표적인 단도박 모임 사이트(dandobak.co.kr) 게시판에는 “도박중독을 치료 중인 남편이 흔들린다” “로또를 사러 나섰다가 다시 돌아섰다” 등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로또복권이 성행하건 말건 단도박을 결심하고 모인 우리는 별 관심을 안 둔다”는 이 모임 사무국장의 단호한 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복권사업 주체인 정부의 입장은 난감하기 그지없다. 지역개발·과학기술진흥·근로복지·국민주택기금 등 다양한 기금마련을 목적으로 로또 복권을 도입했지만 이상 과열에 당황해하고 있다.

당첨금 이월을 2회로 제한하는 조치를 허겁지겁 내놓았으나 청와대 게시판에는 ‘한탕주의 만연(김동우)’,‘복권 망국(시흥시민)’,‘로또 공화국(주창웅)’ 등 로또를 폐지하라는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당첨금 이월 횟수 제한 철폐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모르는 형편이다.

스포츠투데이 2003-02-09 14: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