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명당' 찾아 진풍경..."대박 정기 이어받자!"

춘천 '407억원 명당'
화단 흙 퍼가자 수돗물 한번만…
아파트 광장서 심호흡

'용꿈 대박' 찜찔방
주말에 손님 몰려, 자리 차지 싸움까지
잠잔 장소엔 깃발 꽂혀

로또 1등 당첨자들 뿐만 아니라 이들을 배출한 '로또 명당'들도 때아닌 몸살을 앓고 있다.
　
로또 1등 당첨자들이 수많은 주변의 청탁과 신변 위협 때문에 자신의 터전을 등지고 미국과 남미 등 해외로 이주하거나 행방이 묘연하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이들이 떠나면서 당첨의 행운을 얻은 집이나 장소에는 '대박의 정기'를 이어받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속출하고 있다.
　
경찰관 신분으로 407억원 대박을 터트린 박모씨(40)가 지난해 4월 12일 당첨 당시 거주했던 강원도 춘천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실 직원과 경비원들은 쇄도하는 로또 관련 민원으로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다.
　
"경찰관이 살았던 집의 수돗물을 한 번 마셔볼 수 없느냐" "집 안으로 한 번 들어가게라도 해달라"는 내용의 전화가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은 물론, 위치를 용케 알고 찾아온 사람들은 아파트 화단의 흙을 퍼가거나 아파트 광장에서 깊게 심호흡을 하면서 '대박의 기운'을 몸소 충전하려고 애를 쓴다.
　
로또 1, 2등을 배출한 강원도 홍천의 박씨 생가도 관광버스를 대절해 사람들이 몰려올 만큼 홍역을 치렀다.
　
이들은 박씨 생가 근처에서 로또 여섯 자리 숫자를 마킹하고 기도를 올리며 대박을 염원했고, 전국의 풍수지리학자들도 속속 찾아와 박씨 생가의 지세를 분석하기도 했다.
　
로또 1등을 두 번이나 배출한 부산 북구 화명동의 한 찜질방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케이스다.
　
찜질방에서 자던 손님 2명이 용꿈과 건물짓는 꿈을 꾼 뒤 1등에 당첨되자, 주말에는 밀려드는 손님들로 자리 싸움이 벌어질 정도다. 1등에 당첨된 2명이 근처에서 자면서 길몽을 꿨다는 찜질방 내 기둥에는 '로또 명당'이라는 깃발이 나부끼며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170억원의 대박이 나온 충북 청주의 한 횟집에서는 동네 주민들의 한바탕 '회 파티'가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5월 가게 여주인 A씨가 1등에 당첨되자, 말도 없이 횟집을 버려둔 채 종적을 감췄다. 주민들은 이를 의아해 하다가 나중에서야 사정을 알고, 수조에 남아있는 고기를 모두 꺼내 회를 떠 먹으며 엉겁결에 축하 파티를 벌였다.
　
SBS TV '소문난 TV 독점 7시'(연출 허윤무)는 30일 오후 7시 5분 로또 당첨과 관련된 진기한 후일담을 방송할 예정이다.

스포츠조선 2004-03-29 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