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2007시즌 ‘조용한 마감’

박찬호(34)가 사실상 올 시즌을 마감했다.

휴스턴 산하 트리플A 라운드락 익스프레스에 소속돼 있는 박찬호는 한국시간으로 1일 뉴올리언스 제퍼스와의 홈경기에서 7이닝을 6피안타 1볼넷 9탈삼진 3실점으로 막아내며 호투했다. 팀 타선의 지원 부족으로 패전투수가 됐지만 지난 8월27일 오하마 로열스전 이후 2경기 연속으로 안정된 피칭을 했다. 그러나 이 경기는 올 시즌 박찬호에게 마지막 등판이 확실시된다. 라운드락의 정규리그 일정이 9월4일로 끝나며 40인으로 확대된 9월 빅리그 로스터에서도 호출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박찬호는 올 시즌 트리플A 24경기에서 135⅔이닝을 던져 6승14패 방어율 5.97 WHIP 1.50 피안타율 2할9푼8리를 기록했다. 탈삼진은 119개를 기록했지만 피홈런은 무려 27개를 맞았다. 메이저리그 시절 포함 박찬호의 한 시즌 최다 피홈런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트리플A에서 남기고 말았다. 메이저리그 등판은 뉴욕 메츠 시절이었던 지난 5월1일 플리로다 말린스전 선발등판, 딱 한 차례에 불과했다. 그러나 4이닝 동안 피홈런 2개를 맞는 등 6피안타 2볼넷 7실점으로 무너진 바 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5년 장기계약이 만료된 박찬호는 해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새 팀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그 과정에서 에이전트를 교체하는 등 내홍도 겪었다. 결국 순수 연봉 60만 달러라는 헐값에 메츠에 입단했으나 시범경기 때부터 부진을 거듭해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딱 한 차례의 메이저리그 선발등판 기회마저 살리지 못하며 결국 방출 수순을 밟았고 시즌 중 휴스턴과 입단계약을 맺었다. 라운드락에서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 박찬호였으나 좀처럼 구위가 살아나지 않아 계속된 부진을 거듭하며 메이저리그 재승격 기회를 놓쳤다.

비록 트리플A에서 한 시즌을 온전히 보냈지만, 박찬호에게는 나름 의미 있는 한 해였다. 비록 파워피처로의 복귀가 실패로 돌아가며 모든 아귀가 뒤죽박죽이 되고 말았으나 2005년 텍사스-샌디에이고 시절 이후 다시 한 번 풀타임 선발투수로 한 시즌을 소화했다. 게다가 시즌 막판에는 특유의 커브가 되살아나며 탈삼진 행진도 벌였다. 시즌이 조금 더 남았으면 하면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페이스가 좋았다. 비록 올 시즌을 이렇게 조용히 마감하지만, 적어도 내년 시즌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남기는데 성공한 박찬호다.  (스투닷컴 2007.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