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 주요한(朱耀翰)

우리 집 동편 담 밑에는 돌창을 파고
서편 담은 곁집 담벼락으로 대신하였소.
그 담에 붙어 있는 닭이 홰를 가리운 듯이
비스듬히 뻗어난 살구나무, 첫여름에
막대기로 떨구는 선살구의 신맛이
나의 좋아하는 것의 하나이었소.

가지를 꺾어다 꽂았던 포플러가
곧은 줄로 자라나서 네 해에는 제법,
높이 부는 겨울 바람에 노래를 칩니다.
나 많으시고 무서운 할아버님 안 계신 틈에
지붕에 오르기와 매흙깐 마당 파기도
나의 좋아하는 것의 하나이었소.

봄에는 호미 들고 메 캐러 들에 가며
가을엔 맵다란 김장무 날로 먹는 맛도
나의 좋아하는 것의 하나이었소.
해마다 추석이면 으레히 햇기장쌀에
밀길구미 길구어 노티를 지지더니
늙으신 할머님 지금은 누구를 위하여…….

<아름다운 새벽, 1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