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부근(星湖附近) - 김광균(金光均)


양철로 만든 달이 하나 수면(水面) 위에 떨어지고
부서지는 얼음 소리가
날카로운 호적(呼笛)같이 옷소매에 스며든다.

해맑은 밤바람이 이마에 내리는
여울가 모래밭에 홀로 거닐면
노을에 빛나는 은모래같이

호수(湖水)는 한 포기 화려한 꽃밭이 되고
여윈 추억(追憶)의 가지가지엔
조각난 빙설(氷雪)이 눈부신 빛을 발하다.


낡은 고향의 허리띠같이
강물은 길―게 얼어붙고

차창(車窓)에 서리는 황혼 저 머얼리
노을은
나어린 향수(鄕愁)처럼 희미한 날개를 펴고 있었다.

<조선일보, 1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