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 돌아오시니       - 정지용(鄭芝溶)
- 재외 혁명동지에게 -

백성과 나라가
이적(夷狄)에 팔리우고
국사(國祠)에 사신(邪神)이
오연(傲然)히 앉은지
죽음보다 어두운
오호 삼십육년!

그대들 돌아오시니
피 흘리신 보람 찬란히 돌아오시니!

허울 벗기우고
외오 돌아섰던
산(山)하! 이제 바로 돌아지라
자취 잃었던 물
옛 자리로 새소리 흘리어라
어제 하늘이 아니어니
새론 해가 오르라

그대들 돌아오시니
피 흘리신 보람 찬란히 돌아오시니!

밭 이랑 문희우고
곡식 앗어가고
이바지 하올 가음마저 없어
금의(錦衣)는 커니와
전진(戰塵) 떨리지 않은
융의(戎衣) 그대로 뵈일밖에!

그대들 돌아오시니
피 흘리신 보람 찬란히 돌아오시니!

사오나온 말굽에
일가 친척 흩어지고
늙으신 어버이, 어린 오누이
낯서라 흙에 이름 없이 구르는 백골!

상기 불현듯 기다리는 마을마다
그대 어이 꽃을 밟으시리
가시덤불, 눈물로 헤치시라

그대들 돌아오시니
피 흘리신 보람 찬란히 돌아오시니!

<해방기념시집, 194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