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가장 어두운 꿈 1 - 강경화

잠들지 마라.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나는 피가 소리내며 우는 것을 들었다. 밤을 이루는 것은 너의 피, 나뒹구는 돌맹이, 뿌리채 뽑힌 한 시대의 꿈.

들판에서 새들이 날아 오른다.
선명하게 지평선이 그어지고, 집들은 부질없이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누군가 죽음을 보기 위해 여기로 올 게다. 이슬과 피가 마르기 전에.

아무도 간밤의 흔적을 숨길 수는 없다. 우리 모두 어둠 속에 숨어 두려움과 소문으로 일세기의 피를 이룬 것을. 낮내내 빛에 잠겨서도 우리는 잊지 못하리라.

잠들지 마라.
이 땅과 하늘을 바람으로 씻을 날을 위해. 아직은 잠들지 마라.

<늦가을 배추벌레의 노래,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