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구도(構圖) - 신석정

나와
하늘과
하늘 아래 푸른 산뿐이로다.

꽃 한 송이 피어낼 지구도 없고 |
새 한 마리 울어줄 지구도 없고
노루새끼 한 마리 뛰어다닐 지구도 없다.

나와
밤과
무수한 별뿐이로다.

밀리고 흐르는 게 밤뿐이오.
흘러도 흘러도 검은 밤뿐이로다.
내 마음 둘 곳은 어느 밤 하늘 별이드뇨.

<조광(朝光), 1939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