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 김소월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 산골
영 넘어 갈려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 길은
칠팔십리
도라 서서 육십리 가기도 했소

불귀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에 다시 불귀
사나히 속이라 잊으렷만
십오년 정분을 못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삼수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개벽 40호, 192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