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생 - 김광균

1
향료(香料)를 뿌린 듯 곱다란 노을 위에
전신주 하나하나 기울어지고

머언 고가선(高架線)* 위에 밤이 켜진다.

2
구름은
보랏빛 색지(色紙) 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薔薇).

목장(牧場)의 깃발도, 능금나무도
부을면 꺼질 듯이 외로운 들길.

<조선일보, 193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