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님 - 김광섭

애들만 먼저 태워
시퍼런 바다에 띄워 놓고 보니
집이 간 데 없어 발길이 돌아서지 않았다.

아침마다 남쪽에 절하신다더니
지성이면 감천이라
남북 적십자 회담 때에는
안 된다는데도
실오리에나마 희망을 붙이고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리시던
어머님은
어느 울타리에서나
누님이 불쑥 나올 것만 같아
저 울타리 안에는 누가 사는지
들여다볼 수 없을까.

거지가 지나도
혹시나 해서
찬찬히 여겨 보신다던
그 어머님마저 돌아가셔서
누님 이야기는 아예 없어지고 말았다.

어데선가에서 눈도 바로 못 감았으려나….

어머님하고 영혼끼리
고향집에라도 가서 만났으면
현몽이라도 있었을 법한데….

<겨울날, 1975>